공항에 내렸을 때, 여기가 바로 그곳이군! 하면서 감탄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없다. 오클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뉴질랜드의 무언가가 느껴지길 기대했지만 단지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공항일 뿐이었고,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땐 창 밖으로 벨라스케스의 무언가가 느껴지길 기대해 봤지만 당연히 없었고,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갔을 때 그곳은 불어가 들릴 뿐 이미 파리의 공기는 아니었다. 공항이라는게 소음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로 도시랑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법이니 당연한 얘기다.
퀸스타운은 예외에 속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할 때부터 협곡 사이를 활강하는 기분이 들게 하며 기대감을 고취시키더니 문을 열고 - 내가 연 건 아니었지만 - 나왔을 때 난 여기가 바로 중간계 여행을 시작할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마치 빙하 가루가 날리며 입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차가운 공기부터 그곳의 특별함을 말하고 있었다. 따지면야 한참 멀었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남극에 가까이 갔다는게 더 그런 기분을 들게 하기도 했고, 사실 퀸스타운은 아직 추웠다. 리마커블 산은 그 이름에 걸맞는 위용으로 호빗을 압도했고 반대쪽 멀리로는 눈이 녹지 않은 퀸스타운 스키장을 비롯해 끝없는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중간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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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12월 12일이 밝았다. k와 나, 케인과 게리스는 집을 나서서 케인의 차에 올라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케인과 게리스의 지름길 논쟁으로 인해 지나가던 사람에게 길을 묻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찌됐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공항에 도착했다. 집에 가기 전에 이 공항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관광객들
국내선이라 그런지 딱히 할 게 없었다. 케인과 게리스는 집으로 돌아갔고 남은 우리는 공항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관제탑처럼 생긴 건물을 발견하고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더니 공항 관리인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스파이구나. 맞지?"
"네, 우린 노스 코리아에서 왔어요. ㅎㅎ"
노스 코리아는 아시겠지 아마도. -_-a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어서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공항 안에는 우리뿐 아니라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가족단위가 많아 보였다는게 특이했다. 여행을 하며 알게 됐지만 여긴 여름 휴가 기간엔 가족 여행을 떠나는게 무척 일상적인 것 같더라. 시간이 되어 한 무리의 시끌벅적한 럭비 가이들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세자리씩 있는 콴타스의 작은 비행기였다. 스튜어디스는 할머니들. :) 공항을 떠나면서 기내 방송이 나왔는데 재미있게도 기장 이름이 '알란 파슨스'. 우리는 졸지에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작은 비행기는 떠오르는 느낌이 직접적으로 다가와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퀸스타운으로 착륙할 때에는 사람들의 박수가 나오기까지 했다. 산을 바로 옆에 두고 이리저리 동체를 비틀며 내려가는게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불시착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자, 그렇게 비행기는 남섬을 향해 출발!
지구는 둥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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